치앙마이는 뜻밖에도 걷기에 불편한 도시입니다. 치앙마이와 '불편하다'는 단어는 어쩐지 이율배반처럼 느껴지지만, 불행하게도 사실이 그렇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불편함을 조금은 덜어줄 작은 숲, 훠이깨우 수목원을 소개하겠습니다.
치앙마이뿐만 아니라 방콕도 그렇고 태국의 도시들은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친해지기 어렵습니다.
차도와 구별된 인도를 찾기도 쉽지 않고, 있다 해도 가게에서 내놓은 물건들로 점령되어 있는가 하면
곳곳이 깨지고 파여서 조심하지 않으면 다치기도 쉽습니다.
더구나 머리 위로 내리 꽂히는 태양빛을 가려줄 가로수도 구경하기 힘듭니다.
짧은 여행을 오는 분들이야 차를 타고 다닐 시간도 부족하겠지만,
여정이 여유가 있거나 한 달 살기를 오신 분들이라면, 적어도 치앙마이를 선택해서 오신 분이라면
푸릇푸릇한 도시에서의 한가로운 산책을 꿈꾸셨을 겁니다.
이런 분들에게 훠이깨우 수목원, Huay Kaew Arboretum이 어쩌면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훠이깨우 수목원은 치앙마이대학교 정문에서 도이수텝 쪽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되는 거리에 있습니다.
수목원 건물이 있는 곳을 포함하면 상당히 큰 규모인 것 같은데, 일반에게 공개되어 있는 곳은 그렇게 크지는 않습니다.
치앙마이대학교 정문 쪽에서 올라가다 보면 먼저 전시관 건물 Exhibition Building이 나오고 이어서 커피숍이 있는 작은 출입구가 보입니다. 전시관 건물은 도로 쪽 출입구에서는 잘 들어가지 않는 듯, 입구가 풀이 무성합니다. 수목원 쪽에서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출입문을 들어서면 자그마한 커피숍이 보입니다. 나무로 된 소박한 테이블 몇 개가 텅 빈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안하지만 저도 오늘은 커피숍의 손님은 아닙니다. 수목원 안의 산책길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바닥에 방향을 나타내는 발자국이 그려져 있습니다. 발자국을 따라 걸어가 봅니다.
저녁이 되면 동네 주민들이 나와 조깅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낮에는 텅 비어 있습니다.
여행객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더욱더 그렇습니다.
아주 더울 때는 종종 스프링클러를 틀어서 청량감을 더해 줍니다.
산책로는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어서 비가 자주 오는 요즘에도 걷는 데 불편함이 없습니다.
혹시 한국에서부터 유모차를 가져온 분이 계시다면 모처럼 힘들게 가져온 보람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산책로를 따라 조금 걷다 보면 수목원 정문이 나오고
커다란 조형물과 양 옆으로 하늘 높이 솟아오른 거대한 나무가 입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나무는 태국어로 양나라고 하는 나무입니다. 딥테로카르푸스, 우리말로는 용뇌향과에 속하는 나무로 원통형으로 곧게 40m까지 자라는데, 목재로써 쓰임이 많아서 태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귀하게 대접받는 나무입니다.
조형물은 이 나무의 씨앗 조형물입니다. 수목원 곳곳에 있는 아름드리나무는 대부분 이 양나입니다.
정문을 지나서 좀 더 걷다 보면 Learning Center가 나옵니다. 이곳에서는 씨앗이 나무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고 한쪽에서는 유묘들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고사리를 비롯해서 태국에서 잘 자라는 식물들이 보입니다.아이들과 함께 오신 분들은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러닝센터를 나와서 다시 산책길로 들어섭니다.
곳곳에 파빌리온이 있어서 그늘에서 편하게 쉬었다 갈 수도 있고,
작지만 몇 가지 운동기구들도 갖춰 놓아서 필요한 사람들은 간단한 운동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부지런히 일하고 있는 개미들은 요령껏 피하셔야 합니다.
산책로가 수목원을 한 바퀴 돌아서 원래의 위치로 돌아올 때쯤 되면 난 온실이 보입니다.
난 온실 옆으로는 초입에 있었던 전시관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습니다.
난 온실은 개방은 되어 있지 않지만 밖에서도 난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전시관에는 난 표본과 에코프린트 등 식물을 이용한 여러 작업물을 볼 수 있습니다.
수목원 산책길이 만족스러울 만큼 길지는 않지만
말 그대로 푸릇푸릇한 치앙마이를 잠시 동안이라도 만끽할 수 있는 귀중한 곳입니다.
근처에 앙깨우호수도 가깝고, 조금만 더 도이수텝 쪽으로 올라가면 치앙마이 동물원이 있습니다.
오다가다 한번 들르시면 다음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게 되실 겁니다.
훠이깨우 수목원, 걷기를 즐기시는 분이라면 꼭 한번 가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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