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에서 짜낸 들기름은 참깨에서 짜는 참기름과 함께 우리 식단에서는 빠질 수 없는 식재료입니다. 참기름의 솔직하고 직선적인 고소함과는 달리 뭔가 야생을 느끼게 하면서도 진지한 맛이 담긴 들기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요즘에는 그냥 들기름이 아니라 생들기름이 새삼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생들기름이 일반 들기름과 다른 점과 그 효능, 그리고 먹는 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생들기름과 들기름
생들기름과 들기름의 차이는 들깨에서 기름을 짜내는 방식에서 비롯됩니다.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일반 들기름은 들깨를 고온에서 볶아 짜낸 것입니다.
들깨는 그냥 먹어 보면 그렇게 고소하지 않습니다. 불에 볶아야 고소한 맛이 납니다. 더구나 온도가 높고 오래 볶을수록 고소한 맛이 강하고 기름을 많이 추출할 수 있어서 들기름은 보통 고온에서 볶아 착유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높은 온도에서 들깨를 볶으면 들깨에 들어 있는 좋은 영양 성분들의 상당 부분이 파괴됩니다. 어떤 면에서는 들깨가 갖는 고유한 성분은 사라지고 그냥 들깨를 볶아서 만들어진 고소한 향과 맛만 남는 것입니다.
더구나 들깨를 고온에서 오래 볶으면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작용까지 있습니다. 한동안 시판되는 들기름과 참기름에서 벤조피렌이 검출돼서 크게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생들기름은 들기름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이런 단점들을 해소하기 위해 생긴 것으로, 고온에서 볶는 과정을 생략하고 착유한 기름입니다.
볶는 과정이 없어지니 일단 벤조피렌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피한 셈입니다. 그러나 착유를 하려면 압력을 가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도 역시 상당한 고온이 필요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식물성 오일을 추출하는 대부분의 압착식 착유과정에서 불가피해서, 영양 손실을 최소화하는 저온의 냉압착 방식을 통해 착유한 기름이 영양소를 최대한 보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냉압착(Cold Pressed) 방식은 오일 착유 과정에서 49도 이하의 온도를 유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올리브유 최고등급인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도 바로 이런 냉압착 방식을 통해 추출한 기름입니다.
단순히 볶지만 않았고 고온에서 추출한 것도 생들기름이란 표현을 씁니다. 들깨의 영양성분을 보존하려는 원래 취지의 생들기름을 구입하고자 한다면 '볶지 않았고 냉압착 방식으로 착유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 들기름은 오래 볶아서 색이 짙은 갈색을 띱니다. 심지어는 검게 보이기조차 합니다. 생들기름은 볶지 않아 노란색을 띠고 향이나 맛도 그렇게 고소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들깨 특유의 깊은 맛은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생들기름 효능
들기름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은 없고 거의 지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외에 인과 철분, 칼슘,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과 비타민E를 비롯한 감마토코페롤, 베타카로틴 등의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습니다.
들기름은 무엇보다도 지방의 대부분이 건강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라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불포화지방산의 구성도 오메가3와 오메가6, 오메가9가 고루 들어 있는 것은 물론, 특히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오메가3가 61.5%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들어 있습니다. 들기름을 섭취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대부분의 식물성 기름은 오메가6를 많이 함유하고 있습니다. 오메가6 역시 적정량을 섭취하면 건강에 좋지만 가공식품에 워낙 많이 함유되어 있어 이미 충분한 양을 섭취하고 있는 반면, 오메가3는 언제나 부족한 지방산입니다. 들기름은 식물성 오일 중에서는 가장 많은 오메가3 함유량을 갖고 있습니다. 생들기름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효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심혈관계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오메가3는 혈관 내에 중성지방이 생성되는 것을 막아 주며,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콜레스테롤은 높이고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콜레스테롤은 낮춰 줍니다.
혈관을 이완시켜 혈액 흐름을 원활하게 하며 혈관 내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이 생성되는 것을 방해합니다. 또한 혈전 생성을 억제하고 심장세동의 위험을 줄이며 혈관 내피의 기능을 향상해서 심혈관계 건강을 지켜 줍니다.
2. 두뇌 건강을 개선해 줍니다.
오메가3 지방산인 DHA와 EPA는 신경세포 간의 신호 전달을 개선하고 뇌 기능을 향상하며, 뇌세포를 보호하고 염증과 산화스트레스로 인한 손상을 막아 줍니다.
또한 두뇌의 노화와 신경변성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신경전달 물질의 균형을 조절하고 뇌의 염증 반응을 억제해 우울증과 같은 정신 건강 문제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3. 피부 건강을 도와줍니다.
들기름에는 로즈마린산이라는 폴리페놀이 들어 있습니다. 로즈마린산은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광보호 효과가 있으며, 염증 발생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어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여드름성 피부 질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유기농 들기름을 이용한 일부 연구에서는 자외선 차단효과와 피부 염증을 억제하는 작용과 함께, 미백과 보습, 주름 개선, 주근깨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4. 항염 작용이 있습니다.
오메가3와 로즈마린산은 체내에서 강력한 항염 작용을 합니다. 관절염이나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 같은 염증성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 작용 또한 있어서 몸 안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해 암이나 심장병, 당뇨 같은 만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5. 두피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들기름에 함유되어 있는 오메가3와 비타민E, 로즈마린산은 두피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 탈모와 새치를 예방하는 등 두피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생들기름 먹는 법
1. 들기름은 열에 약합니다. 가급적 고온에 굽거나 튀기는 요리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2. 가열을 다 끝낸 음식에 들기름을 넣어 조미를 합니다.
3. 샐러드나 무침, 비빔밥 등에 뿌려 먹습니다.
4. 날달걀과 함께 먹으면 들기름의 성분들이 잘 흡수됩니다.
4. 들기름을 생으로 먹는 경우, 공복 상태에서 하루에 3g 정도(밥수저 1/2 분량) 섭취합니다.
생들기름은 공기와 접촉하면 바로 산패가 시작되어 맛과 영양이 떨어집니다. 개봉한 후에는 뚜껑을 꼭 닫아 냉장 보관해야 합니다.
냉장 보관해도 산패는 일어나지만 상온에 비해 느리게 진행됩니다. 개봉한 후에는 1개월 이내에 섭취하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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